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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로맨스

새벽 세탁소 — 제6화. 오지 않는 화요일

2026.08.21 발행 · 전 8
혼자 앉은 하진, 빈 옆자리

없는 것은 있는 것보다 크다.

그 두 주 동안 나는 그 문장을 몸으로 배웠다. 골목에 빵 냄새가 없다는 것. 화요일 새벽의 세탁소에 목례가 없다는 것. 2번 세탁기가 돌지 않는다는 것. 없는 것들은 있는 것들보다 부피가 커서, 골목을 걸으면 그 부재들이 어깨에 자꾸 부딪혔다.

첫 번째 빈 화요일 다음 날, 나는 하루 종일 전화기를 봤다. 올 리가 없는 연락을 기다리면서. 우리는 번호를 교환한 적이 없다. 그 사람이 나에게 연락할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내가 그 사람에게 연락할 방법도 없다. 이름을 묻지 않기로 한 규칙은 이렇게 작동하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가볍고, 비상시에는 완벽한 단절로. 우리는 룰을 만들 때 비상시를 계산에 넣지 않았다. 계속 화요일이 올 줄 알았으니까.

수요일에는 기다림의 자세라는 걸 생각했다. 월요일의 기다림은 등을 펴고 있고 일요일 밤의 기다림은 엎드려 있다고, 언젠가 나는 정리했었다. 그 명랑한 분류법에는 카테고리가 하나 빠져 있었다.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것을 기다리는 자세. 그건 자세가 아니라 그냥, 서 있지도 눕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교정은 밀리기 시작했다. 에세이 재교를 이틀 늦게 넘겼다. 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담당 편집자는 무슨 일 있으시냐고 물었고, 나는 몸살이라고 답장했다. 절반은 사실이었다. 어딘가 아프긴 했다. 위치를 특정할 수 없을 뿐.

두 번째 화요일에도 나는 세탁소에 갔다.

가지 말까 했다. 가서 또 빈 2번 세탁기를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런데 새벽 한 시 사십 분이 되자 몸이 바구니를 챙기고 있었다. 습관은 이유보다 힘이 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 습관이 아니라 희망이었다. 오늘은 있을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고 철회할 수 없는.

세탁소에는 사장님이 있었다.

몇 달 만이었다. 사장님은 동전 통을 털고 있다가 나를 보고 고개를 까딱했다. 나는 빨래를 넣고 벤치에 앉았다. 동전 소리가 한참 이어졌다. 짤랑, 짤랑. 그 소리가 끝나고, 사장님이 문을 나서다 말고, 등을 진 채로 말했다.

"요즘 그 앞치마 총각 안 오네."

나는 교정지에서 고개를 들었다. 세 가지 규칙 이후로 사장님이 나에게 한 첫 문장이었다. 필요한 만큼만 말하는 사람이 굳이 얹은 한 문장. 이 세탁소에서는 사장님도 세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오고, 누가 안 오는지.

"…네. 안 오네요."

"흠."

사장님은 그 흠, 하나를 남기고 나갔다. 나는 그 흠을 오래 해석했다. 걱정 같기도 했고, 나에 대한 무언의 질문 같기도 했다. 그쪽이 알 것 아니냐는.

몰랐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이름도, 전화번호도, 사는 곳도. 두 달 넘게 매주 만난 사람에 대해 내가 가진 정보는 세제의 상표와 빨래 개는 순서와 눈 감는 버릇과, 그 사람이 만든 빵의 온도뿐이었다. 관계에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무게가 없을 줄 알았는데, 무게는 그대로 있고 손잡이만 없었다. 들 수도 내려놓을 수도 없게.

빈 세탁소에서 나는 그 사람의 자리를 봤다. 창가 자리. 수첩을 펴던 자리, 눈을 감던 자리, 다음 주에 안 나왔을 때 제가 이상해지니까,라던 문장이 태어난 자리. 그 문장을 나는 그동안 얼마나 여러 번 재생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야 그 문장의 뒷면이 읽혔다. 안 나왔을 때 이상해지는 건 자기라던 사람이, 지금 안 나오고 있다. 자기가 이상해질 것을 알면서 안 오고 있는 것이다. 그게 얼마나 무거운 상태인지, 문장의 뒷면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빨래는 세 시가 되기 전에 끝났고, 나는 개지 않은 빨래를 바구니째 안고 집에 왔다. 개는 것은 그 사람이 잘하는 일이었다. 탁, 탁. 나는 그 소리를 생각하며 잤다. 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닌 상태로 아침이 왔다.

✦ ✦ ✦

수요일 저녁에 세영이 왔다.

초인종이 울렸을 때 나는 원고 앞에 앉아 원고를 안 보고 있었다. 문을 여니 세영이 쇼핑백을 들고 서 있었다. 닭죽이 들어 있었다.

"몸살이라며."

"…그걸 어떻게 알았어."

"네 편집자가 내 회사 거래처야. 세상 좁아. 그리고 너 목소리, 지난주 통화 때부터 이상했어."

세영은 신발을 벗고 들어와 죽을 데우고, 내가 반 그릇을 비울 때까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세영의 심문에는 늘 순서가 있다. 먹이고, 기다리고, 그다음에 묻는다.

"그래서. 세탁소 남자."

"몸살이라니까."

"어. 그 몸살 이름이 뭔데."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이번에는 처음부터 다 말했다. 통지서와, 목요일 낮의 대치와, 소문과, 앞치마 없는 세탁물과, 찢긴 수첩 페이지와, 두 번의 빈 화요일까지. 말하는 동안 세영의 표정이 놀리는 얼굴에서 듣는 얼굴로 바뀌는 것을 나는 봤다. 말하고 보니 두 주 치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었고, 세영은 끝까지 끊지 않고 들었다. 다 듣고 나서 세영이 처음 한 말은 이거였다.

"기분이 어때?"

"…뭐가."

"기다리는 쪽. 아무 설명도 없이 사라진 사람을 기다리는 쪽 말이야. 서하진, 너 그거 몇 번 해봤잖아. 반대편에서."

숟가락이 무거워졌다. 삼 년 전의 나는 트집이 쌓이면 떠나는 사람이었다. 설명하지 않고 거리를 두는 사람. 전화를 받지 않고, 받아도 바쁘다고 하고, 그렇게 상대가 지쳐서 그만둘 때까지. 떠나는 데도 기술이 있어서, 나는 한 번도 크게 싸우지 않고 관계를 끝내는 기술자였다. 싸움이 없으면 상처도 없는 줄 알았다. 상처는 전부 반대편으로 배송되고 있었을 뿐인데.

그때 반대편에 서 있던 사람의 기분을, 나는 지금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 설명도 받지 못한 채 빈 화요일을 두 번 보내는 기분. 뭘 잘못했는지 목록을 만들어보는 기분. 목록에 아무것도 없어서 더 무서운 기분.

"별로야. 최악이야."

"그치. 최악이지."

"…나 벌받는 건가."

"아니. 벌은 무슨." 세영은 딱 잘라 말했다. "근데 하진아, 하나만 묻자. 너 이번에도 아무것도 안 묻고 끝낼 거야?"

"…"

"삼 년 전에 네가 그러고 도망갔을 때, 그 사람은 너 찾으러 왔었어. 회사 앞까지. 너는 안 만나줬지만. 나는 그게 늘 마음에 걸렸어. 누가 찾으러 와주는 게 얼마나 큰 건지, 너는 그때 몰랐지."

"…알아. 이제."

"어, 이제 알면 됐어. 그러니까 묻는 거야. 도망간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이, 찾으러 갈 수 있는 사람이, 안 가고 죽만 먹고 있으면 어떡해."

나는 반박할 문장을 찾지 않았다. 찾을 필요가 없었다. 이번에는 세영의 문장이 맞기를 내가 바라고 있었으니까.

"가고 싶어."

내 입에서 나온 문장은 그거였다. 사 년 만에 처음으로, 경보 없이, 협상 없이, 스스로에게 하는 설명 없이 나온 문장.

"그럼 가."

세영이 말했다. 죽 냄비에 남은 죽을 통에 옮겨 담으면서, 세상에서 제일 간단한 문장을 처방하면서.

"근데 가서 무슨 말을 해. 나 그 사람 사정 다 알지도 못하고, 안다고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야, 서하진." 세영이 냄비를 내려놨다. "너 교정 볼 때, 원고를 다 이해해야 빨간 줄 긋냐?"

"…그건 아니지."

"거봐. 가서 고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가. 문 앞에 사람이 왔다는 거, 그거 하나가 일이야. 내용은 그다음이고."

세영은 현관에서 신발을 신다가 돌아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잘 안되면 전화해. 잘되면 안 해도 돼. 어느 쪽이든 나는 다음 주에 또 올 거야. 죽 냄비 찾으러. 문이 닫히고, 나는 빈 냄비를 오래 봤다. 냄비를 두고 가는 사람. 다시 올 이유를 만들어두고 가는 사람. 나는 좋은 친구를 뒀고, 그 사실이 오늘은 유난히 컸다.

닫힌 빵집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

✦ ✦ ✦

목요일 오후에 나는 반찬가게에 갔다. 가서 물어볼 것이 있었다.

"할머니. 그 어르신이요. 건물주."

"복만이 영감."

"…이름으로 부르시네요."

"동갑내기 늙은이들끼리 영감님 소리 하면 서로 늙어. 왜."

"지난번에 무서운 척이 편해서 그러고 산다고 하셨잖아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할머니는 진미채를 뒤적이던 손을 멈추지 않은 채로 잠깐 침묵했다. 말을 고르는 침묵이 아니라, 어디까지 말할지 저울질하는 침묵이었다.

"십오 년쯤 됐나. 저 영감이 세를 놨는데, 젊은 사람이 왔어. 싹싹하고 인사 잘하고. 영감이 그 사람을 얼마나 아꼈는지 몰러. 보증금도 깎아주고, 월세도 밀리면 기다려주고, 명절엔 지 손으로 과일 상자까지 들려 보냈어. 아들 없는 영감이 아들 노릇 시킨 게지. 근데 어느 날 밤에 그냥 사라졌어. 가게 물건 다 빼서. 월세 여덟 달 치를 떼먹고. 영감이 경찰서를 갔다, 어쨌다, 한참 시끄러웠는데 결국 못 찾았어."

"…"

"영감이 돈이 아까웠겠어? 아니여. 지가 믿은 눈이 틀렸다는 게 분했던 게지. 사람을 아들처럼 믿었는데 그 사람한테 자기가 아버지가 아니라 호구였다는 거. 그거를 늙어서 배우면 약이 없어. 그 뒤로 저 영감은 종이만 믿어. 계약서, 각서, 통지서. 사람 말은 안 믿고 종이만. 골목 청소를 왜 지가 직접 하는 줄 알어? 사람을 안 쓰는 겨. 사람한테 뭘 맡기는 걸 그만둔 거지."

"…그래서 아니라고 말하라는 거였구나."

"뭐?"

"어르신이요. 소문이 사실이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하라고, 총각한테 소리치는 걸 들었어요. 그게, 화가 아니라."

"기회를 주는 거지."

할머니가 내 문장을 받아서 완성했다.

"종이만 믿기로 한 영감이, 말을 해보라고 하잖어. 그건 그 총각 말은 믿어볼 생각이 있다는 겨. 십오 년 만에 처음으로."

나는 그 자리에 잠깐 서 있었다. 골목 하나에 이렇게 여러 겹의 사정이 산다. 덴 사람이 덴 사람에게 소리를 치고, 그 소리가 사실은 손이고, 손을 잡는 법을 잊은 사람이 그 손을 못 잡고 사라지고. 십오 년 전의 야반도주가 십오 년 뒤의 통지서가 되고, 호텔의 어느 사고가 골목 끝 빵집의 불을 끄고. 아무도 악인이 아닌데 전원이 다치는 이야기. 교정지에서 이런 원고를 만나면 나는 저자에게 메모를 단다. 갈등의 해소 방향을 제시할 것. 그런데 이 원고의 저자는 어디 있는지, 그것부터가 문제였다.

"근데 할머니는 그 어르신 사정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할머니의 손이 처음으로 멈췄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리고 다시 진미채를 뒤적이며, 할머니는 가게 안쪽 어딘가에 대고 말했다.

"한 골목에서 사십 년을 살면 알게 돼."

"사십 년 전부터 아셨어요?"

"아가씨는 어여 총각이나 찾으러 가. 남의 사십 년 캐지 말고."

할머니는 내 등을 문자 그대로 떠밀었다. 접힌 만 원짜리처럼 반찬 봉지를 쥐여주면서. 봉지 안에는 콩자반이 두 통 들어 있었다. 두 통인 이유를 물으려다 관뒀다. 이 골목에서 콩자반 두 통은 문장보다 정확했다.

✦ ✦ ✦

그날 밤 나는 원고를 덮고 기다렸다. 새벽이 되기를.

왜 새벽이냐면, 그 사람이 새벽의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낮의 그 사람을 나는 한 번밖에 못 봤고, 그 한 번은 골목에서 제일 아픈 장면이었다. 우리가 쌓은 시간은 전부 새벽에 있었다. 세탁기 사십 분도, 첫 식빵도, 이름 묻지 않기로 한 약속도. 찾아가는 것이라면 그 시간의 주소로 찾아가야 했다.

이상한 기다림이었다. 그 사람을 기다리는 두 주는 그렇게 길더니, 내가 가기로 한 날의 자정부터 새벽까지는 금방이었다. 기다림은 방향이 있는 쪽이 빠르다. 나는 그 사이에 콩자반 두 통 중 한 통을 가방에 넣었다. 금례 할머니가 왜 두 통을 줬는지, 가방에 넣으면서야 알았다. 한 통은 내 것이고 한 통은 배달이었다. 사십 년 장사한 사람은 손님이 어디로 갈지 손님보다 먼저 안다.

새벽 세 시에 집을 나섰다. 빨래 바구니는 없었다. 핑계 없이 걷는 골목은 처음이었다. 핑계가 없으니까 걸음이 이상하게 정직해졌다. 산책이라고 우길 수 없는 속도, 소화라고 우길 수 없는 방향. 이 걸음의 이름을 대라면 댈 수밖에 없는 걸음. 팔 년 만인가, 이런 걸음은. 아니, 세어보지 말자. 세는 것은 그 사람의 버릇이고, 나는 오늘 그 사람의 버릇까지 데리러 가는 길이니까.

반찬가게를 지나고, 부동산을 지나고, 달빛워시 앞을 지났다. 불 켜진 빈 세탁소가 유리 너머로 나를 배웅했다. 저 안에서 두 달 동안 우리는 세탁기 도는 사십 분씩을 모았다. 모아서 뭘 만들 수 있는지도 모르면서 모았다. 오늘 알게 될 것이다. 그 사십 분들이 문 하나를 두드릴 용기가 되는지.

모퉁이를 돌기 전에 나는 잠깐 멈췄고, 이번에는 협상단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회의는 끝나 있었다. 두 주 전부터, 어쩌면 훨씬 전부터.

모퉁이를 돌았다.

빵집은 어두웠다. 통지서는 유리문에서 사라져 있었고, 그 자리에 테이프 자국만 네 귀퉁이로 남아 있었다. 누가 뗐을까. 본인이 뗐다면 그건 답을 정했다는 뜻일까, 견딜 수 없어서 뗀 것일까. 테이프 자국 네 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간판 자리의 나무판은 그대로 비어 있었다. 유리문 옆 담벼락에는 뜯어낸 나무 선반 틀 몇 개가 노끈에 묶여 내놓아져 있었다. 접는 중이라는 뜻이었다. 답을 하는 대신 짐을 싸는 사람. 태어나기 전의 가게가 이제는 태어나지 못할 가게처럼 보였고, 나는 그 유리문 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봤다. 어두운 오븐. 어두운 작업대. 밀가루 포대가 있던 구석은 비어 있었다. 짐을 빼기 시작한 것인지, 원래 그 자리가 어두워서 안 보이는 것인지 유리 너머로는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문 아래 좁은 틈으로, 빛이 한 줄 새어 나오고 있었다.

주방 안쪽 어디, 작업등 하나 정도의 빛. 꺼진 가게의 배 속에서 심장처럼 켜져 있는 빛. 나는 그 한 줄을 오래 내려다봤다. 안에 있다. 이 새벽에, 불 꺼진 가게 안에, 빛 하나를 켜놓고.

우산을 못 빌려주던 밤과, 담벼락 뒤에 숨었던 낮과, 사 년치 돌아선 걸음들이 등 뒤에 줄지어 서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등지고 서서, 문을 봤다.

이번에는 돌아서지 않았다.

7화는 2026.08.25 저녁에 이어집니다.
본 소설은 창작 픽션입니다. 등장하는 인물·상호·사건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삽화는 AI로 생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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